드디어 말레이시아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었다. 요즘에야 웬만한 호텔은 다 와이파이가 가능하니 내가 묵었던 곳도 물론 가능했다. 단지 로비로 나가야했을 뿐... 로비에서 와이파이를 쓸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비밀번호를 적어서 나에게 주었다. 그 종이는 챙겨서 왔다. 물론 여기에 올릴 생각으로! 카카오톡으로 부모님, 친구 등에게 간단히 안부를 전하고 본격적으로 놀아보기 위해 해변으로 갔다.
고이 모셔서 한국까지 가져 온 와이파이 비밀번호 쪽지...
이 섬에 온 목적은 스노클링(snorkeling)을 하기 위해서였다. 스노클링이란 스노클을 착용하고 수면에 떠다니면서 바다 속을 구경하는 레포츠를 말한다. 부산 사람인 내가 해수욕을 즐기러 올 리는 없지. 스쿠버 다이빙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앞의 편에 언급했듯 시간이 좀 모자랐고 영어로 배울 자신이 없었다. 약간 무섭기도 하고. 기회가 되면 스쿠버 다이빙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쁘렌띠안 섬이 스쿠버 다이빙으로 유명한 섬은 아니지만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섬이 아니기에 자연 환경이 잘 보존되어서 볼 것이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흔한 스노클링과 나
말레이시아의 태양은 정말 뜨거웠다. 섬이다 보니 그냥 전부가 바다였고 해수욕장이었다. 막상 놀려고 하니 어떻게 놀지 막연해서 스노클링 포인트를 물어봤다. 스노클링은 2가지 정도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수상택시를 타서 여러 포인트에 가서 스노클링을 하는 것이고 다른 것은 해수욕장에서 그냥 헤엄쳐 다니면서 스노클링을 하는 것이다. 수상택시를 타는 경우 바다거북 포인트, 새끼 상어 포인트 등 헤엄쳐서 가기 힘든 곳에 수상택시가 30분 정도 서서 스노클링하는 동안 우리를 기다려주고 또 다른 포인트에 가서 30분 정도 스노클링하고... 이런 식이다. 그냥 헤엄쳐 다니는 건 말 그대로 헤엄쳐 다니는 것이다.
나는 그냥 헤엄쳐 다니기로 했다. 스노클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고 30분 이상 놀고 싶어질 것 같아서 그랬다. 나중에야 안 생각이지만 수상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 생각보다 빨리 지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냥 갈 수 있는 곳은 사람이 자주 밟아서 그런지 산호들이 전부 죽어있다. 형형색색의 산호를 보고 싶었지만 내가 볼 수 있던 건 딱딱하게 굳은 산호의 시체들뿐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전쟁이 막 끝난 폐허 같았다. 이 부근의 산호에게 인간은 재앙인 듯 했다. 수상택시를 이용해서 가는 곳은 어차피 수심이 깊어 발이 닿지 않아 산호가 살아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내가 묵었던 큰 섬의 남쪽은 스노클링하기 좋지 않은 곳이었다. 이유는 평균수심이 얕기 때문에 물고기들이 살만한 수심으로 가려면 한참 걸리기 때문이었다. 결국 수상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가격은 1인당 20RM 이었다. 후덜거리는 가격이긴 했지만 방법이 없었으므로 큰 섬의 서쪽으로 이동했다. 해변엔 수상택시들이 많고 주로 초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친구들이 태워준다.
눈 부심+빠른 속도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나와 덤덤한 운전 기사 친구
큰 섬 서쪽에 선착장에 도착하니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본 그런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일단 스노클을 빌려야 하기에 돌아다녔다. 우리가 내린 곳이 리조트 였는데 리조트 이용자한테만 빌려준다고 해서 꽤 멀리 걸었던 것 같다. 적당히 스노클(10RM)과 오리발(5RM)을 빌렸다. 구명조끼는 나 자신을 믿고 빌리지 않았다.
오오...인터넷에서만 봤던...
스노클과 핀(오리발)을 빌린 곳에 들고 온 짐들을 대충 맡기고 무작정 바다에 뛰어들었다.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죽은 산호들이 쫙 깔린 곳이라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멍청하게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을 보니 좀 재밌기도 무섭기도 했다. 얘네들이 일제히 날 공격하면 어쩌지.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헤엄치며 구경하다보니 선착장에 닿아 잠시 올라가 쉬었다. 여긴 아까 수상택시에서 내렸던 곳인데 헤엄쳐서 와서 그런지 느낌이 달랐다.
선착장 서쪽에서 선착장을 향해 헤엄쳐왔고 선착장 동쪽은 해수욕장이라 핀을 쓰지 말라고 되어있었다. 고분고분하게 핀을 벗으러 일단 해수욕장으로 가서 좀 쉬었다. 몸이 약간 지쳐있는 걸 보니 은근히 많이 헤엄쳤나보다. 햇살에 익은 모래를 밟자 발이 무척 뜨거웠다. 그늘이 아니면 서있지 못할 수준이라 빨리 그늘로 피신했다.
뜨거워서 진짜 익을 수가 있다.
그렇게 좀 쉬다보니 서양 사람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찍어줬더니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어보며 대화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바로 ‘안, 녀, 하, 세, 요’ 정도의 발음으로 인사를 했다. 자신은 영국 출신이고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그는 바다거북을 보았냐고 물어봤다. 못 봤다고 이야기하자 손으로 먼 바다를 가리키며 바다거북이 저기 있다며 자기가 보여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바다거북이라니. 내가 아는 그 바다거북인가. 엄청 설레기 시작했지만 두려움도 함께 찾아와서 구명조끼가 없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니 위험한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하긴 지금까지도 꽤 오래 헤엄쳤으니 괜찮겠지. 결정했다. 바다거북을 보러가기로. 바다거북은 바다 밑바닥에 붙어있는 편이라고 한다. 수압 때문에 장비 없이는 내려갈 수 없고 오직 바다거북이 수면으로 올라오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일단 흩어져서 바다거북을 찾고 그 근처에서 떠다니며 바다거북이 수면으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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