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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09 쁘렌띠안 즐기기 3

by 신푸른솔 2013.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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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을 먹고 나서 해먹에서 좀 쉬다가 움직였다. 장시간 스노클링으로 지쳐서 그런지 눕자마자 해먹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빠르게 잠에 들었다. 30분이 그렇게 후딱 지나갔다. 좀 더 누워있고 싶었지만 맑은 바다를 보니 다시 스노클링을 하고 싶어졌다. 거북이도 제대로 보고 싶었고. 큰일을 겪고 나니 구명조끼를 꼭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빌려주는 곳으로 향했다.


물론 이건 설정샷


 구명조끼를 입고 핀을 끼고 스노클링을 하니 너무너무 편했다. 진작 이렇게 할 걸. 아무런 힘을 주지 않아도 물에 떠있을 수 있었고 물의 온도도 따듯하기에 그냥 바다에 둥둥 떠다니면서 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구명조끼 대여 가격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5RM 정도 였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으니 수영을 잘하든 말든 구명조끼를 대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몸도 마음도 편히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아까 거북이를 본 것만으론 좀 아쉬워서 거북이를 다시 찾아다녔다. 구명조끼가 있으니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거북이를 찾으러 좀 깊은 곳으로 오니 수면 밑바닥에 거대한 가오리도 보였다. 나는 그걸 보고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껴 슬슬 자리를 피했지만 참 신기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거북이를 발견했고 그 근처에 둥둥 떠다니며 올라오길 기다렸다. 거북이는 이내 수면으로 올라왔고 이번엔 내가 있는 곳으로 아주 가까이 올라와 등을 잡았다. 물리면 뼈 채로 잘려나갈 텐데 겁도 없이 그랬다. 거북이는 내가 귀찮지도 않은지 나를 달고 빠른 속도로 헤엄치다가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만화 같은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 정도 놀았으니 이제 여기서 할 만한 것은 다했다는 생각에 다시 해안을 향했다. 모래를 밟으니 쌓여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스노클, 핀 그리고 구명조끼를 반납하려면 좀 걸어야 했으므로 그냥 수영을 해서 가기로 했다. 물에 들어가면 덥지도 않고 스노클 장비에 구명조끼가 있으니 힘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장비를 반납하고 다시 수상택시를 타서 숙소로 돌아왔다.


체력 방전


 대충 씻고 침대에 쓰러져 자다가 저녁을 먹고 또 쓰러져 잤다. 그러다보니 9시쯤이 되었는데 자다가 지쳐서 더 이상 잠들지 못하자 로비로 나와 일기를 정리했다. 거의 처음으로 책상에 앉아 일기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여행을 시작한 지 이틀 째 밤이다. 어제는 하루 종일 이동했고 오늘은 계속 놀았으니 책상에 앉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글씨가 안 좋은데 이전에 버스, 비행기에서 쓴 글씨는 참 알아보기 힘들었다.


호텔 로비(?)와 일기


 일기를 정리하는데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천둥이 친 것 치고는 그렇게 빗줄기가 굵지 않아서 금방 그치겠거니 했는데 점점 굵어졌고 천둥번개도 계속 쳤다. 그렇게 조용하던 바다에서 파도와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나는 천막지붕이 있는 야외 테이블(?)에서 일기를 쓰고 있었는데 도저히 여기서 쓸 수 없어 나무지붕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무지붕 테이블엔 직원으로 보이는 현지인이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벼락이 치든 말든 태연하게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었다. 자주 있는 일인가 보다.


 빗줄기는 굵어지고 바람은 강해져 나는 일기를 보호하느라 등이 다 젖을 기세였다. 도저히 일기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냥 멍하니 빗줄기가 약해지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좀 지나자 빗줄기와 바람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하긴 그렇게 쏟아 붓는데 오래가겠나. 그리고 머지않아 비가 완전히 그쳤다. 비가 그치자 해안 근처에서 불꽃같은 것이 하나 올라왔다. 불꽃놀이를 하는가 싶었는데 한두 번에 그쳐서 무슨 신호가 아닌가 생각했다.


 다시 일기를 쓰자니 지루해서 그냥 들어가서 자기로 했다. 아까도 계속 자다가 지쳤지만 첫 날부터 시작된 강행군으로 쌓인 피로가 아직 남아있을 테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생각대로 눕고 조금 지나지 않아 곯아떨어졌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렇게 여행 이틀째의 밤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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