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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08 쁘렌띠안 즐기기 2

by 신푸른솔 2013.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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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형을 따라 먼 바다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해수욕장에선 핀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벗고 갔는데 속도 차이가 현저했다. 자유형으로 수영을 하면 체력소모가 심해 개헤엄으로 조금씩 전진했다. 헤엄 중간 중간에 스티븐형은 괜찮냐고 안부를 물어주었다. 아직까진 문제가 없으므로 괜찮다고 했다. 고개를 돌려 해수욕장을 쳐다보니 상당히 멀리 와있었다. 수심은 이미 4m를 넘어선 지 오래. 


 최대한 체력소모를 줄이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지만 점점 코로 숨을 쉬고 싶어졌다. 스노클을 착용하면 코는 막히고 입으로만 숨을 쉴 수 있기에 코로 숨을 쉬려면 스노클을 벗어야 한다. 엎드려 전진하던 몸을 수직으로 세우고 스노클을 벗어 코로 숨을 쉬었다. 좀 살 것 같았다. 문제가 되는 점은 몸을 수직으로 하면 몸이 뜨지 않기에 다리로 계속 차 주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번 이야기와 상관없는 사진. 해먹은 정말 편하다. 집에 해먹 설치하고 싶다.


 코로 대충 숨을 쉬었으니 스노클을 착용하고 다시 엎드렸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일어났다. 아까보다 호흡이 훨씬 거칠어진 것이다. 입으로밖에 호흡할 수 없는 지금의 상태에선 호흡이 계속 모자랄 것 같았다.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고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해안을 돌아봤다. 너무나 멀었다. 해안에 닿을 때까지 체력이 도저히 버틸 것 같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죽음도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해야 할까.


 패닉에 빠져서 어쩔 줄 모르다가 조금 멀리 떨어진 부표가 보였다. 물론 작은 페트병만한 크기로 작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될 것 같은 상황이라 모든 정신을 집중해서 부표를 향했다. 마라톤에서 페이스조절을 하듯 자유형으로 나아갔다. 두 번 뱉고 두 번 들이쉬고. 중간에 거친 호흡이 섞이면서 페이스가 흐트러질 것 같았지만 살아야 된다는 생각에 그저 앞으로 향했다.


 드디어 그 부표에 닿았다. 손으로 잡자마자 물에 잠겨서 의지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불완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그 부표는 로프로 연결되어 있어 가라앉아도 끝까지 가라앉지는 않았다. 조금 쉬고 그 로프와 연결된 다른 부표를 끌어 모아 한 4개를 연결하니 물에 잠기긴 하지만 내가 앉아서 쉴 정도의 부력이 생겼다. 그렇게 겨우 목숨을 건졌다. 내가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고 자유형으로 반대방향을 향하자 걱정했던 스티븐형은 내게 괜찮냐고 외쳤다. 나는 부표에 앉아서 괜찮다고 답했다. 거의 죽을 뻔 했지만.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스티븐형이 거북이를 찾았다고 소리를 질렀다. 거북이라니! 내가 가져온 휴대폰 방수팩이 드디어 빛을 발할 때인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고 체력이 모자라면 다시 나의 휴식터인 이곳에 돌아오면 되므로 다시 스노클링을 할 준비를 했다. 스노클을 착용하니 코가 다시 막히고 아까 죽을 뻔 했던 기억이 떠올라 기분이 별로 좋진 않았다. 그런데 어쩌겠노. 바다거북이 있다는데.


 조심조심 스티븐형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바닥에 바다거북이 있었다. 오오... 신기하긴 했지만 너무 멀었다.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스티븐형이 내 폰을 보더니 방수가 되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했더니 환상적이라면서 잠수한 자신을 거북이와 함게 찍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영상을 촬영했다. 수영을 잘하는 스티븐형도 많이 내려가진 못하고 한 1.5m정도 내려가서 포즈를 취하고 이내 올라왔다. 그런데 그 순간! 바다거북도 같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순진한 표정으로 천천히 올라오던 그 녀석! 영상을 조금이라도 더 담으려 열심히 따라갔다. 핀 없는 우린 도저히 바다거북의 스피드를 따라갈 수 없었고 그 친구는 금방 다시 사라졌다.


이 녀석은 매우 빠르다!


 거북이를 촬영하느라 체력을 써버린 나는 다시 숨을 쉬고 싶어 나의 휴식터로 열심히 헤엄쳤다. 일단 목적을 완수했으니 다시 해안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는 휴식터에서 좀 더 쉬다가 해안으로 향했다. 모래를 밟으니 무사히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면서 안도감이 밀려왔다. 휴. 살았군. 다음에는 정말 아무리 수영을 잘해도 구명조끼 없이 저런 모험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아주 아주 아주 강하게 들었다. 죽을 위기는 자주 오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확실한 교훈을 주는 것 같다.


 영국인은 나중에 자신이 나온 영상을 꼭 보내달라며 메일주소를 적어주었다. 나는 방금 찍은 이 엄청난 영상을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날 정도였다. 아아 내가 이런 걸 직접 촬영하다니!! 여기 와서 어떻게 놀았니 언제 돌아가니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와 친구는 밥을 먹으러 가는데 같이 먹겠냐고 물으니 자기는 조금 있겠다가 먹겠다고 해서 거기서 헤어졌다. 메일을 꼭 부탁한다는 말로 인사를 끝내고 우린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다음에 계속


점심 먹으러 가서 만난 청솔모...맞나?


(나는 여기서 촬영한 모든 자료가 담긴 폰을 이틀 후에 잃어버렸다. 위의 거북이 사진은 내가 친구들에게 자랑한다고 동영상을 캡쳐해서 보낸 것이다. 자랑하려고 보낸 사진들만이 남았다. 자랑을 더 많이 했어야 하는데... 여하튼 남은 수중 촬영 사진은 저 한 장뿐이다. 이번 이야기랑 상관없는 사진들이 위에 있는 이유이다. 놀면서 찍은 사진은 모두 폰으로 찍었는데 증발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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