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유럽

유럽 2 호치민 여행

by 신푸른솔 2013. 7. 15.
728x90

 기내식을 먹은 후 수다를 조금 떨다가 잠을 잤다. 나도 밤을 새웠고 그 형도 밤을 새운 상태라 둘 다 아주 곯아떨어졌다. 정신없이 자다보니 금방 호치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행기를 내리자 더위가 아주 강렬하게 느껴졌다. 공항으로 이동하는 버스를 탔는데 습식 사우나 같이 뜨거웠다. 금방 도착해서 망정이지 조금만 더 오래 탔으면 땀범벅이 될 뻔 했다. 


호치민 공항. 덥다.


 입국 심사를 하는데 내 비행기표 2장을 보여줬다. 나는 프랑크푸르트로 가기 전에 여기서 잠깐 여행한다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직원은 나보고 환승은 한 계단 위로 가야한다면서 나를 자꾸 위로 올려 보내려고 했다. 그러자 먼저 입국 심사를 마친 형이 나보다 능숙한 영어로 직원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 대화의 중간에 ten dollars 라는 말이 들렸는데 형이 10달러를 꺼내 직원에게 주고 나는 풀려났다. 잘은 모르겠지만 10달러로 해결이 된 것 같았다. 나는 유럽의 유로와 영국의 파운드 밖에 없었기에 나중에 형에게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에 가서 밥이라도 대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호치민에서 쓸 돈을 환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usim칩을 구입한 곳.


 입국 심사를 마치고 수화물을 찾고 밖으로 나갔다. 형은 환전을 하고 베트남에서 쓸 수 있는 usim칩을 구입했다. 이로써 형은 베트남에서도 3g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단 짐을 호텔에 맡긴 후에 호치민을 둘러 볼 생각이라 택시를 타고 호텔에 가기로 했다. usim칩을 구입한 곳에서 택시에 관하여 물어보니 여기도 말레이시아와 같은 ‘budget 택시’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가서 목적지를 말하고 계산을 한 후에 택시를 탔다. 호텔까지는 9만동(약 5달러)이 들었다. 거기에 택시 기사는 톨게이트 비용으로 5만동을 더 달라고 했다. 나와 형은 그런 게 있나보다 하면서 그 비용을 지불하고 택시를 내렸다. 


 가족과 친구에게 생존 신고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하여 호텔을 나왔다. 들고 왔던 배낭을 내려놓고 크로스백만 달랑 메고 나오니 아주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DSLR 카메라는 나중에 비행기를 다 타면 꺼내려고 일부로 꺼내지 않았다. 핸드폰의 카메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호텔을 나오니 엄청난 수의 오토바이에 놀랐다. 정말 많은 오토바이가 도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횡단보도는 있지도 않았다. 어찌할 줄 몰라 현지인들이 건너는 걸 구경했는데 차가 오든 말든 상관없는 듯 태연하게 건너는 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건너지. 너무 위험해 보여서 따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교통수단이건 뭐건 베트남에 대한 건 하나도 조사를 해놓지 않아 예상치 못했던 현지문화에 상당히 당황했다.


많은 오토바이, 차가 오든 말든 건너는 현지인


 하지만 어쩌랴. 건너지 않으면 갈 수가 없는데... 도로를 보며 상황을 봤지만 차와 오토바이는 전혀 양보해줄 생각이 없는 듯  달렸다. 몇 분째 건너지 못하고 있다가 뒤에 현지인이 오는 걸 보고 현지인과 같이 건너려고 준비했다. 분명 차가 우리에게 오는데 현지인은 태연하게 앞으로 향했다. 나도 두려움을 참고 발걸음을 내딛었다. 우와! 내 주변을 지나가는 차와 오토바이는 속도를 줄이지 않는데 부딪히지 않을 수 있었다. 드디어 건넌 것이다!!! 이렇게 어려워하는 걸 보고 왕복 4차선 정도의 대형도로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서 밝혀둔다. 왕복 1차선의 작은 도로에서 이렇게 쩔쩔맸다.


 정말 더운 날씨에 별것도 아닌 일반 도로에서 이렇게 시간이 지체 되니 힘이 들었다. 첫 번째 목적지인 쌀국수집 'Pho Hoa'까지 과연 갈 수나 있을까? 거리도 상당히 되는 것 같던데... 그렇게 강제적 광합성을 하며 걷다가 보니 어떤 아저씨 두 분이 말을 걸어왔다. 나는 더위에 정신을 거의 잃어 형과 아저씨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몰랐다. 이야기를 마치니 아저씨가 내게 헬멧을 권했다. 이게 뭐지? 날씨도 너무 덥고 길도 모르니 일단 Pho hoa까지만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헬멧을 착용하고 아저씨 뒤에 탑승했다.  아아! 그렇게 무서워했던 것을 직접 타게 되다니. 나는 무사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출발 이후엔 겁도 없이 아저씨의 어깨에서 한 손을 빼서 주머니에 있는 폰을 잡고 신이 나서 동영상 촬영을 했다. 오토바이들이 우리나라처럼 쌩쌩 달리지는 않아서 그렇게 위험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 손에만 의지하는 것은 불안했고 누가 폰을 낚아챌 수도 있었기에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안 그러겠지. 여튼 재밌었다.


오토바이에 타서 찍은 사진들


 가게 앞까지 오진 않았고 근처에서 내렸다. 십만 동을 줬는데 5달러 정도이니 별로 비싼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형은 베트남에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 위치 확인이 가능했기에 찾아가는데 별 문제는 없었다. 상점들을 지나가면서 보니 전통의상 상점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베트남 항공의 제복도 그렇고 베트남 사람들은 자신의 전통의상에 애정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흠. 한복은 내가 생각해도 일상복으로 입기엔 상당히 불편한 점이 많은데 개량한복은 헐렁헐렁 츄리닝처럼만 나오는 것 같아서 좀 아쉽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트렌드인 ‘슬림핏’(?)에 맞춰서 나오면 좀 입어볼 텐데.


자주 보이는 전통의상 상점. (문득 든 생각인데 수요자가 누굴까? 현지인? 관광객?)


 좀 걷다보니 Pho hoa에 도착했다. 들어가니 현지인도 있었고 서양 관광객도 있었다. 나는 정보가 전혀 없었지만 형이 유명한 곳이라고 말해줬다. 기본적인 쌀국수를 2개에 형은 맥주를, 나는 코코넛 음료를 주문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실패했지만 이날은 왠지 코코넛을 먹고 싶었다. 카페에 일할 때 코코넛 음료를 좋아했어서 그런가. 상에는 여러 가지 야채들이 놓여있었고 튀김 같은 것도 있었다. 먹으면 돈을 내야할 것 같아서 일단 경계했다.


어렵게 도착한 Pho Hoa. 그냥 올려져 있는 음식들. 돈을 내야 할지도 모르니 가만히 뒀다.


 음식은 금방 나왔다. 으어. 쌀국수. 한국에서 먹었던 것보다 뭔가 진한 느낌이 났다. 정말 맛있었다. 앞에 잘라져 있는 청양고추 같은 게 있었는데 살짝 혀를 대기만해도 혀가 아렸다. 엄청나게 매웠는데 난 국물에 약간 매콤한 맛을 내고 싶어서 조각 몇 개를 집어서 국물에 살짝 담갔다가 빼니 얼큰한 맛을 낼 수 있었다. 냉방은 안 되어서 실내는 더웠고 뜨겁고 얼큰한 걸 먹으니 땀범벅이 되었다. 정신없이 한 그릇을 비우고 코코넛을 마셨는데 역시나 실패였다. 코코넛을 즐기고 싶다면 한국에서 코코넛 음료를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그것도 시럽 맛이 90%지만..


대망의 현지 쌀국수. 우워.... 정말 맛있었다. 정말... 정말....


 소화를 할 겸 걷기로 했다. 정처 없이 걷다보니 어떤 공원이 나왔고 공원이 끝나자 상당히 큰 건물이 나왔는데 한 때 왕궁이었던 건물로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물이란다. 그렇구나~ 하고 발길을 돌려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엔 별로 볼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흥미로운 물건도 별로 없었나보다. 나름 3시간 정도 걷다보니 지쳐서 어디든 들어가 쉬고 싶었다. 에어컨이 있는 까페가 보여 들어갔다. 나는 너무나 목이 말라 파인애플 주스를 시켰는데 한 흡입(?)에 다 마셔버리고 콜라를 한 캔 다시 주문했다.


그 건물과 모작을 그리고 있는 시장의 아이들.


 이때까지 택시, 오토바이, 쌀국수, 음료수 등의 비용을 전부 형이 냈다. 앞서 말했듯이 난 환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가 되는 곳에서 어떻게 돈을 쓰려했는데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오늘 처음 만난 나에게 이런 호의를 베풀어준 형에게 정말 고마웠지만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염치없게 콜라를 한 잔 더 시키기까지 했으니.


 아버지께 호치민을 경유한다고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는 호치민에 자기 후배가 있으니 밥 한 끼 얻어먹으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출국할 때는 호치민 공항에서 나오지 않을 생각이니 귀국할 때 부탁드린다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나는 이 형을 만나서 호치민 시내로 나오게 되었고, 딱 저녁시간이라.... 한 번 연락해보기로 했다. 들어온 까페는 다행히도 와이파이를 쓸 수 있었고 카카오톡으로 연락처를 받고 전화를 걸었다. 마침 아버지 후배는 회사에서 회식이 있으니 같이 참석하라고 해주셨다. 내가 직접 베푼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빚이 덜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께 좀 더 효도해야 겠다. 물론 어머니도. 까페에서 기다리다가 차를 얻어타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직원들은 이미 밥을 먹고 있었다. 음. 그렇다기보다 술을 마시고 있었다. 우리도 끼어서 여러 가지 현지 음식들과 맥주를 마셨다. 한국 사람이 나를 포함해 4명, 외국 사람이 5명 있었는데 한국 사람끼리는 한국말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외국 직원이 no Korean!! 이라고 외치며 건배를 제의했다. 손님이었던 우리가 궁금했는지 영어로 대화하길 원했던 것이다. 나도 영어로 수다를 떨고 싶었지만 토종 한국인에 토종 교육만 받아서 그런지 말이 제대로 되지를 않았다. 회화 교육도 좀. 아니, 내 탓이다.


 사실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을 큰 줄기로 시작한 이 여행기에서 아버지의 학연으로 인한 먹고 놀음은 어울리지 않지만, 뭐. 아직 유럽에 가지 않았으니 봐주길 바란다. 여하튼 그렇게 놀고 먹고 헤어져서 나는 혼자 공항에 왔다. 시각은 오후 8시 50분. 비행기는 11시 25분 이륙이니 시간은 충분했다. 


적당한 시간에 도착한 베트남 공항


'여행 > 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럽 3 프랑크푸르트로, 그리고 개량 단소  (0) 2013.07.17
유럽 1 비오던 날  (2) 2013.07.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