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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유럽 1 비오던 날

by 신푸른솔 2013.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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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9일. 비가 온다. 어차피 일정은 널널하기에 비오는 날까지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까페에 들어가서 따듯한 라떼 한 잔을 시키고 노트북을 꺼냈다. 노트북에 표시된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30분. 사실 지금은 오전 10시 30분이다. 나는 한국과 시차가 7시간이나 나는 프랑크푸르트에 와있기 때문이다. 라떼는 2유로. 싸다고 생각했다. 맛도 뭐 그럭저럭 괜찮다. 거품이 엄청 맛있어 보였는데 그냥 거품이다.


비오던 날의 프랑크푸르트


 출국 날도 오늘처럼 비가 왔다. 유럽에선 비가와도 보통은 흩날리는 정도로 오기에 우산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단다. 그래서 난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물론 한국의 비는 굵어서 옷이 젖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이 오진 않아 비를 맞으며 다닐 만 했다. 공항 리무진을 타기 위해 신림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지하철이 빠르고 정확하지만 자꾸 이동해야 하니 편히 쉴 수가 없어 공항 리무진을 타고 한 숨 자기로 한 것이다. 


비가 오다 말다


 이내 공항 리무진이 왔고 비용을 지불했다. 9천원이라 비싸긴 했지만 어쩌랴. 방을 빼면서 여행을 시작한다고 정리하느라 밤을 새워 완전히 지쳤으니. 당장 쓰러져 자고 싶을 뿐이었다. 애초에 느긋하게 하루에 한 박스씩 보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그럴 성격이 못 되나보다. 결국 벼락치기를 하듯 마지막 날에 모든 일을 다 끝냈다. 여권은 출국 전전날에 받았고, 여행에서 사용할 계좌와 국제학생증은 전날 만들었다. 비행기와 클래식 공연만 예매했고 호텔이나 이동수단은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가서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당일 아침엔 밀린 짐들을 정리하느라 잘 수 없었다. 내 짐은 저 배낭과 크로스백.


 자고 깨고를 반복했는데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다. 나는 지하철보다 공항 리무진이 빠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느렸다. 뭐... 멋대로 예상하긴 했지만 8시 반쯤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9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우연하게도 나의 출국일인 오늘이 교환학생으로 프랑스 보르도로 갔던 친구의 입국일이라 8시에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나는 친구의 입국을 마중하고 친구는 나의 출국을 배웅하게 된 셈.


 10시 15분 비행기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수속을 했다. 나의 비행편은 ‘인천 -> 베트남 호치민 -> 독일 프랑크푸르트’였는데 공항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안 좋은 자리를 타게 되었다.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는 다행히도 내가 좋아하는 창측으로 발권을 했다. 수속을 하다보니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비행기가 연착을 했고 수화물 찾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것이다. 난 수속을 끝내고 환전을 하고나니 시각은 9시 10분이었다.


 곧 친구가 캐리어를 끌고 나타났다. 여행 때문인지 완전히 타서 거의 흑인(?)이 되어있었다. 정말 반가웠지만 시간이 없었다.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쓰던 프랑스 기차 할인권을 받고 나는 탑승동으로 향했다. 아직 카우치서핑 호스트들에게 줄 엽서를 구입하지 못했기에 비싼 값을 주더라도 공항에서 엽서를 사야했다. 한국을 나타내는 사진이 배경으로 있는 엽서를 4세트 샀다. 가격은 각 6달러로 24달러를 냈다.


이건 설정샷이 아님. 친구야 미안. 한국 엽서 4종 세트


 나는 6월 29일부터 9월 25일까지 총 89일을 유럽에서 지낼 것이니 핸드폰도 요금제를 조절하여 나가야했다. 처음에는 정지시키려고 했는데 정지비용을 내야하는 데다가 기계값 할인도 취소되어 정지를 하는 것이 오히려 안 좋은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그냥 데이터만 차단하고 출국하기로 했다. 나는 표를 보여주고 들어가서 비행기로 통하는 통로에서 데이터 차단 신청을 했기에 통화를 끝내자마자 비행기에 탔다.


 내 자리는 가운데 5자리 중 4번째 자리였다. 뭐...호치민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으니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자리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승무원이 와서 입장할 때 찢어간 표를 다시 주었다. 아까 비행기표를 2장(호치민행, 프랑크푸르트행) 다 찢어 가져갔는데 그게 잘못된 건가 보다. 프랑크푸르트행 표는 다시 돌려주었다. 나는 실수겠거니 했다.


 난 이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으니 얼마나 비행을 하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약간 이국적인 외모라서 한국 사람이 아닌가 싶었는데, 폰으로 싸이월드에 접속하고 있는 걸 보니 한국 사람임이 분명했다. 나는 그래서 비행을 얼마나 하는지 물어봤는데 자기도 잘 모르겠다며 대신 현지 도착시간이 1시 25분 인 것을 알려주었다. 저번에 말레이시아 갔을 때도 베트남을 경유했기에 베트남이 우리나라보다 2시간 느린 것을 알았고 그렇다면 비행시간이 5시간 정도일 것이라 이야기했다. 


 호치민에 도착한 후 어디로 가냐는 질문부터 시작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상당히 친해졌다. 기간이 짧아도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랑은 잘 친해지는 것 같다. 이 형은 나보다 한 살이 많고 이번 여름에 한 달 동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인턴으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자카르타로 가는 비행기는 다음 날 오전 10시라 호치민에서 하루를 묵고 출발한단다.


 내가 타는 프랑크푸르트 비행기는 그날 밤 11시 25분에 출발하기에 10시간 정도의 애매한 시간이 남아서 그냥 공항에서 일기 쓰고 글 쓰며 시간을 때울 생각이었다. 환전도 해놓지 않았고, 어디를 갈지도 몰랐고, 어떻게 갈지도 몰랐으니 나갈 생각만으로도 상당히 피곤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형은 다음 날까지 묵어야하니 그런 문제는 해결했을 것이 아닌가. 나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동행하고 싶다고 갑작스럽게 제안했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이상한 청년의 제안을 형은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가격은 싸도 국적기라 서비스와 기내식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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