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은 매우 맛있었다. 나는 항공권을 땡처리로 구입했기에 Vietnam Airline이 Air Asia같은 저가항공인 줄 알았지만 만족스런 기내식과 좋은 서비스를 보니 잘못 알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내식을 먹고 담요를 덮으니 잠이 슬슬 왔다. 참고로 비행기표는 세금 포함 왕복 412,000원이었다. 대한항공은 세금 없이 485,000원이다. 세금을 더하면 약 70만원이 될 것이다.
비행 경로가 이렇다는 것은 아니고...
자다가 책 보다가를 반복하니 하노이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경유하는 곳으로 향하자 소지품 검사장이 보였다. 이때부터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좋지 않았고 모자에 찍힌 별모양은 왠지 위압감을 주었다. 역시 사회주의 국가인가....란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잿빛의 군복 비슷한 의상도 이런 생각을 들도록 함에 한몫하였던 것 같다.
직원 중 하나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따깟, 따깟” 이라고 말했다. 나는 여기서 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passport?” 되물으며 여권을 주려고 했다. 그러니 손을 저으며 다시 “따깟, 따깟” 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너무나 답답해서 속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보니 빛이 번뜩했다. 그렇다.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건 ‘티켓’이었다. 우리나라는 외국어를 거센소리로 주로 처리하기에 된소리인 ‘따깟’은 나에게 너무 생소했던 것이다. 무서웠지만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한시름 놓았다. 그들의 한 없이 귀찮은 표정을 뒤로하고 검사장을 통과했다.
여기저기에 면세점들이 보였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지만 2층으로 이루어져있었다. 2시간 후에 이륙이라 꽤나 여유로웠다. 아침부터 워낙 혼비백산한 탓에 이 상황이 너무 고마웠다. 적당히 둘러보니 할게 없어 와이파이를 이용하고자 어떤 카페에 들어가서 생과일 주스를 마셨다. 6천원... 대학교 앞에서 팔던 1500원짜리가 더 맛있겠다...라는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맛이었다. 하노이에는 무사히 도착했노라 부모님, 친구들에게 대충 연락을 하고 멍하니 쉬었다. 멍하니.
평범해 보이는 하노이 공항
하노이-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에서의 기억을 되짚으려 일기를 보니 이렇게 적혀있다. ‘......보통 비행기를 타면 구름 위로 올라가는 것 같은데... 이번엔 ‘구름 위에’ 구름을 넘고 올라왔다. 그 광경이 마치 바다같았다......’ 이게 제대로 본 건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히 내가 느꼈던 것은 바다로 보여야할 부분이 하얀색으로 쫙 깔려있어, 마치 구름이 깔려있듯 보였다는 것이다. 지상(혹은 해상)에서 봤으면 구름이 빽빽하니 좋은 날씨는 아니었겠지만 그 풍경은 정말 멋졌던 것 같다. 아름다웠다는 말을 쓰자니 부끄럽군. 여하튼 그랬다. 기내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1명이 3자리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널널했다. 처음엔 사람들이 다들 눈치를 보더니 나중엔 대부분 누워서 왔다.
지금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따듯하고 습한 느낌이 들었다. 따듯하다는 표현은 아무래도 비행기 안이 추웠기 때문일 것이다. 무사히 말레이시아 땅을 밟았지만 예약해놓은 숙소로 가려면 아직도 한참을 가야하기에 안도감보다는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나의 첫 목적지는 쁘렌띠안 섬(Pulau Perhentian)이다. 다음 편엔 그 섬에 관한 간략한 소개와 그 곳을 향하는 여행기가 계속될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쁘렌띠안 섬(Pulau Perhen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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