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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03 혼비백산했던 아침

by 신푸른솔 201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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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8일 밤에 친구와 합류했다. 8월 29일 아침 10시 반 비행기이므로 밤새 놀다가 오전 6시쯤 육개장을 먹고 설렁설렁 출발할 생각이었다. 놀다보니 금방 6시가 되었고 육개장을 먹고 짐을 챙기니 7시쯤이었다. 자. 이제 김포공항으로 출발. 가는 길은 평범했다. 버스로 신림역까지 가서 2호선을 탔다. 김포공항은 5호선에 있으므로 영등포구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탈 생각을 했다. 이윽고 영등포구청역에 도착했고, 아무 생각 없이 내렸다. 내리자마자 뭔가 느낌이 이상했는데, 생각을 해보니 우린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해야했다. 5호선으로 갈아타기 전에 생각난 것이 다행이었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면 되니까. 그런 다소 불안한 정신 상태로 다음 열차를 타고 홍대 입구에서 내린 후 공항 철도로 갈아탔다.


해외 여행은 국제 공항에서...


 공항에는 9시에 도착했다. 아직 1시간 반이나 남았으니 여유롭다고 생각했다. 느긋한 마음으로 비행기 예약문서를 펴보니 10시 반이 아니라 10시 5분 비행기였다. 남은 시간은 이제 한 시간 남짓... 공포감이 엄습했다. 예전에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수속을 늦게 해서 비행기를 타지 못한 적이 있어서 더욱 그랬다. 우리는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환전도 안했는데...정신없이 길을 물어 예약한 항공사인 Vietnam Airline 앞에 도착했다. 휴, 아직 수속이 마감되진 않은 모양이다.


 이제 예약문서와 여권을 직원에게 주면 항공권이 발권된다. 가방을 열어 여권이 있던 곳에 손을 집어넣었다. 없다. 어...여기다 놔뒀는데 어디갔지...? 당황한 내 얼굴을 보자 친구가 “아까 책상 위에 있드만 챙깄나?”라고 말했다. 나는 친구가 내가 깜빡한 여권을 미리 챙겨놓고 나를 놀리려고 이러는 걸로 생각하여,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친구에게 물어봤다. “니가 챙깄나?” “아니”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장난이 아닌 것 같았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어쩌지. 시간은 한 시간도 남지 않았는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방을 샅샅이 뒤졌다. 다행히도 여권은 원래 넣어뒀던 칸 아래쪽에 들어가 있었다. 다른 물건을 넣으면서 쓸려 내려간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렇게 겨우 수속을 하고 표를 받을 수 있었다. 


당황한 나와 달리 멀쩡한 여권


 약간 서둘러야 했다는 것 빼고는 실질적으로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난 나의 공항 착각, 비행기 시간 착각, 여권 분실 미수(?)에 이르는 다양한 사건으로 이미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수속을 할 때 직원이 Vietnam Airline의 말레이시아행 비행기는 지하철을 타고 가야한다고 말해주었는데, 나는 얼이 빠져있어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인천 공항은 출국 심사를 한 후 항공사와 목적지에 따라 공항 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멘탈은 이미 저 멀리


 멍하니 그저 친구의 뒤를 따라 걷다보니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시간은 9시 50분. 이륙 15분 전이다. 친구가 없었으면 비행기를 타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되겠지만, 실수를 했어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다음엔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조심해야겠다. 이제 곧 기내식이 나온단다. 배고픔이 느껴지는 걸 보니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나보다. 휴. 혼비백산했던 첫 날의 아침은 그렇게 지나갔다.



자투리 여행 정보

- 비행기 시간을 확실히 확인하자.

- 여권은 철저히 챙기고 위치를 지정해두는 것이 좋다.

- 수속에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공항에는 1시간 30분 정도 일찍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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